교환학생에 선정되고
참 여기까지 오는것도 일이 정말 많았다.
겨울방학때 CUOP라고 해서 회사에서 인턴을 미리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걸 정말 하고싶었고, 인터뷰까지 해서 CEO님이 나 뽑아준다고까지 말했는데
결국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기회를 뺏겨버리고 말았다...
나는 내년에 또 지원하면 되는데 선배는 마지막 기회니까...라는 얼탱이가 없는 변명을 듣고...
한번씩 한국의 이런 어이없는 사회적 관습에 화가난다.
CUOP가 거의 확정이라 겨울방학때 남들 다 하는 연구실 인턴도 못했는데...
나혼자만 남들보다 뒤쳐진것 같아서 또 너무 우울했다.
그런데 이렇게 기분이 꿀꿀할때 딱 교환학생 공지가 뜬것이다!
문제는 토플 점수... 2주안에 거의 100점을 만들어야했다.
그냥 불가능...이것 역시 The Wildest dream이라고 할수있겠다.
난 과고를 다니며 단 한번도 영어공부를 해본적이 없다.
근데 물론 초딩때 국제학교를 잠깐 다니긴 했어도 한국에서 영어학원은 중1 이후로
과고를 준비하면서부터 포기한 상태라 독해능력이 정말 형편없었다.
전형적인 이과생한테 문과적 능력을 기대하면 뒤통수맞는다.
차라리 수능이라도 쳤으면 읽고푸는 문제는 잘 풀었을텐데...
바로 토플 학원을 알아봤다.
전화를 돌려서 다짜고짜 2주안에 100점 가능하냐고 물어본다.
선생님들 曰,
원래 100점은 두 달 다닌 학생들이 목표하는 점수예요.
머리가 하얘진다.
친구들한테 토플의 악명은 익히들어서 잘 알고있었다.
"2달간 강남에 있는 토플 학원에 갇혀서 하루종일 영어공부만 했는데 토나올뻔 했어 진심..."
그럼 또 오기가 생긴다.
아니야, 해내고 말겠어!
일주일 정도 남은 학원 개강전까지 미리 예습을 하겠다고 교재를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용 유출의 문제때문에 학원에서는 개강 당일부터 줄수있다고 말했다.
하긴...중요하지 그놈의 비법노트...
나한테 남은건 학원개강전까지 일주일+학원개강하고 마지막 시험때까지 남은 2주 = 총 3주!
일주일동안은 미친듯이 단어를 외웠다.
하루종일 단어책만 보고있었다.
그리고 패러프레이징(같은 말을 다른 단어와 문장구조로 말하는것, 어떤 언어든 패러프레이징을 잘하면 언어능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보카책에 나오는 문장까지 싹다 외워버렸다.
앤드, 유튜브에서 나오는 말하기, 에세이 쓰기 템플릿을 닥치는대로 외웠다.
그리고 학원을 가니, 처음하는 친구들보다는 조금 수월했다.
고등학교 시험, 대학 입시 수많은 시험들을 겪어봤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공부한 적은 처음이었다.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운것도 처음이었다.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밥먹으면서도 공부했다.
결국 원하는 점수를 만들었다.
이건 내가 프랑스를 가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꿈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CUOP나 연구실에서 인턴을 합격했다면 토플을 시도할 엄두조차 못냈겠지.
처음에는 지금의 대학교에 올 생각이 죽어도 없었지만
여기를 다니지 않고 다른 대학교에 진학했어도 이럴 기회는 없었겠지.
이런걸 생각하면 인생은 정말 새옹지마같다.
그리고 요즘은 생각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든,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일이든,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건, 분명 다 이유가 있을거야.
그림자가 있는곳에는 항상 빛이 있다.
그러니 어떤 힘든일이 있더라도,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도
다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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