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센스 2020 진해군항제/어린 시절의 고향 근자감
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구고마/Seize the Day

2020 진해군항제/어린 시절의 고향 근자감

by 앨리의 구고마 2020. 4. 10.
반응형

진해 군항제를 아시나요?

원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6.25전쟁중인 1952년 4월 13일(임진왜란 시작일)에 성금을 모아

전국에서 최초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든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매년 이렇게 군항제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올해는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원래 군항제 기간이 4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로 오늘이 군항제의 마지막 날이라

올해의 셀프 군항제 자축 기념으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나의 본가는 진해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을것같아 설명하자면

이곳은 차를타고가면 부산과 30분 거리이고 대부분 2010년에 있었던 마창진 통합 사건으로 진해를 알고있는것 같다.

 

어린시절, 이곳에서만 자랐을때는 우물안 개구리라고 진해가 엄청 유명한 도시인줄 알았다.

또 다들 어렸을때는 고향 프라이드가 있지 않은가.

나 또한 당시에는 '누가 이 유명한 군항제를 몰라?'라는 근자감으로 고향 자부심을 만끽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집을 떠나 멀리서 살게 되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희미하게나마 기억나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30명쯤 되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2층짜리 대저택에 옹기종기 모여살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룸메이트'라는 시스템을 경험했다. 

 

룸메이트끼리의 첫 시간이 주어지고 5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고, 세계 어느나라를 가든 똑같이 적용되는 이 법칙은 우리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았는데

'이름이 뭐야?', '나이가 몇살이야?' 다음 나오는 질문이 '어디서 왔어?'이다.

나는 이때까지도 당당하게 '진해'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방에 있는 친구들 중 진해를 아는 친구는 창원에서온 딱 1명밖에 없었고

그 친구조차도 창원에 비하면 진해는 완전 시골이라며 다른 친구들에게 진해를 소개했다.

 

그때는 너무 속상했다.

안그래도 멋도 모르는 시절이라 자존심도 센데다가, 엄마 아빠 생각이 간절했는데

핸드폰도 없어서 하소연할 사람도 없고

그냥 밤에 나혼자 이불 속에서 내가 여기 왜 여기 왔을까 후회하며 울었다.

그때는 왜 이런 일도 울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한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멘탈이 단단해졌다.

집을 떠나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다시 이런 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음~ 부산에서 30분만 가면 창원이라는 큰 도시가 있는데 거기에 있는 진해에서 왔어"라고 대답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하는데 진절머리가 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도시에서 사는게 꿈이었다.

역마살이 있는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는 아예 작정을하고 대도시만 골라서 살았는데 

그러다보니 여렸을때는 매년 가족과 함께 찾았던 군항제의 추억은 오래된 기억일 뿐이었다.

돌이켜보니 이것도 참 섭섭했다.

앞으로는 집을 떠나있을 일도 많을텐데, 앞으로는 훨씬 더 바쁠텐데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가족들과 여유롭게 꽃놀이를 할 시간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곧장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내려왔다.

마침 동생 생일을 맞아 다같이 밥을 먹은 후 오랜만에 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너무 예뻤다. 

아니 이런 꽃의 향연을 잊고 살았다니... 여긴 마치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길이 많이 막혀 가고싶은 파스타 맛집도 못가고 모든 곳을 빙빙 둘러가야했지만, 덕분에 숨겨진 벚꽃 명소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군항제

그리고 아빠는 이 시절만 되면 차가 막혀서 원래 20분 만에 오는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 축제만큼은 조용-히 평화롭게 지나가서 좋다고 하신다. ㅋㅋ

이럴 날이 또 언제 있을까?

 

벚꽃

 

초록초록한 나무와 벚꽃이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준다.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것만 같았다.ㅎㅎ

 

동백꽃

벚꽃뿐만이 아니라 동백꽃도 예쁘게 펴서 한 편의 벽지같았다.

 

진해군항제

 

올해는 출입이 통제된 곳이지만 원래는 여기가 포토스팟이다.

길게 늘어진 벚꽃나무가 안쪽으로 굽어 터널을 만들고 있는데 이 광경을 보자마자 입을 벌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것이라고 장담하는 곳이다.

 

벚꽃은 개인적으로 아침보다 밤에 조명을 받으면 훨씬 더 예쁘고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이 되는것 같다.

내년에는 군항제 명소 소개 포스팅을 꼭 했으면 좋겠다.

 

사진으로나마 대리 꽃구경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내년에 방문하시면 명소 제대로 추천해 드릴게요!! :)

반응형

댓글